2시간 반 공연 홀로 꽉 채우며 건재함 과시..”가수는 꿈 파는 사람”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이정현 기자 = KBS 2TV가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선보인 나훈아 단독 콘서트 실시간 시청률이 14%대로 집계됐다.파워볼

실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방송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실시간 시청률은 14.46%로 집계됐다. 순간 최고는 21.23%였다. ATAM은 서울 수도권 700가구를 기준으로 시청률을 집계한다.

올레tv 등에서는 실시간 시청률이 순간 70%대를 찍기도 하면서 온라인에서도 시시각각으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나훈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노 개런티로 15년 만에 TV를 통해 국민과 만났다. KBS는 1천명 관객과 사전 진행한 언택트(비대면) 콘서트를 안방1으로 옮겨왔다. 중간광고도, 다시보기도 없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나훈아는 국내외 1천명 관객의 반응을 담은 대형 스크린을 앞에 두고 막대한 스케일의 무대와 쉴 새 없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히트곡은 물론 ‘명자!’,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테스형!’ 등 신곡도 포함돼 팬들을 반갑게 했다. 여기에 특유의 입담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변치 않은 매력을 보여줬다.파워볼엔트리

“오늘 같은 공연을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면서도 “오늘 할 것은 ‘천지삐까리'(엄청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니까 밤새도록 할 수 있다”던 나훈아는 일흔셋의 나이에도 2시간 반 동안 지치지 않았고, 오히려 갈수록 힘이 폭발했다.

그는 김동건 아나운서와의 대화에서는 ‘신비주의’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꿈이 고갈된 것 같아 11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녔더니 잠적했다고 한다. 이제는 뇌경색에 걸음도 잘 못 걷는다고 하니 내가 똑바로 걸어 다니는 게 아주 미안해 죽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은퇴 계획에 관해서는 “언제 내려와야 할지, 마이크를 놔야 할지 이 시간을 찾고 있다. 느닷없이 일 수도 있고, 길지는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자 김 아나운서는 “노래를 100살까지는 해야겠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내내 최고의 가창력을 바탕으로 30여 곡과 다양한 팬서비스를 선물한 그는 마지막으로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1등”이라고 격려했다. 관객들은 “대한국민”이라는 외침으로 화답했다.파워볼실시간

KBS는 오는 10월 3일 밤 10시 30분 나훈아와 제작진의 6개월간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을 방송한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lisa@yna.co.kr

전투적 기질인가, 전략적 승부수인가
추미애 장관 화법 들여다보니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이 제기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 태도는 정치권 안팎에서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이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등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 자체는 일단락됐다. 당초 야당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커다란 비리나 위법 사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야당의 의혹 제기 과정에서 추 장관이 보여준 고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오히려 관련 논란을 에스컬레이드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조차 “추 장관의 애티튜드(태도)가 굉장히 불편하다”(조응천 의원)고 비판했다. 이번 의혹이 지난해 ‘조국 사태’에 비견될만한 문제가 될 게 아닌데 추 장관의 답변 방식이 기름을 부었다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5선의 중진 국회의원이자, 집권여당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다. 장관 신분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와 대정부질문에서 “소설을 쓰시네” “공정은 근거없는 세치 혀에서 나오지 않는다”처럼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다소 의아할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추 장관을 오래 지켜본 주변 인사들을 통해 추 장관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의 ‘거친 입’이 불러온 정치적 효과를 분석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자녀 문제가 제기되자 감정이 격해졌다”고 봤다. 오랜 전투적 기질, 자존심 강한 캐릭터가 이번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장관 이후를 내다보는 그가 당내 친문 표심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치인 ‘부모’
먼저 자녀를 향한 공세에 평소 잘 챙겨주지 못했던 정치인 부모로서의 미안함과 애틋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있다. 추 장관은 당 대표 시절에도 사석에서 아들에 대한 애틋함 마음을 몇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 정치인들과 동병상련을 나눴다.

아들 서모씨가 입대하던 2016년 11월 28일, 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탄핵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아들이 입대할 오전 시간에는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고, 오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추 대표와의 대화를 기억하는 민주당 의원은 “아들이 카투사 합격했다고 해서 부러워했더니, 추 대표가 ‘제대로 밥도 못해줬는데 군대 보내니 너무 좋다. 평소에 잘 못 챙겨주는데 그나마 군대에 가면 애가 아픈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그런 것이라도 나라가 챙겨주니까’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비슷한 시기 아들을 군에 보냈는데, 당시 당 대표였던 추 장관으로부터 “아들 입대할 때 훈련소 안 가면 평생 한이 돼요. 아무리 급해도 다녀오세요”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추 장관을 잘 아는 정치인들도 “추 장관이 원래 거침없이 발언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야당과 언론이 자식 문제로 정치 공세를 퍼붓는다고 생각하니 더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인 부모가 갖고 있는 최고의 미안함이 바로 가족이고, 그 중에서도 자식”이라면서 “나도 자식들하고 제대로 못 놀아준 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다들 이렇게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는데, 아들이 꾀병을 부렸다는 것처럼 몰고가니깐 더 화가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정치인을 얕본다는 생각
추 장관 주변에서는 야당과 언론이 유독 추 장관에게 각박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계속 만들어지는 ‘설화’의 밑바탕에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멸시와 편견이 깔려 있다는 인식이다. ‘여성은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봉건적인 의식 구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보수야당과 언론이 이를 더 불편하게 본다는 의미다.

추 장관의 측근 인사는 “여성 정치인이어서 더 엄격한 잣대와 기준이 적용된 것 같다. 자꾸 언론과 야당에서 ‘화법’ ‘태도’를 이야기하는데 그건 본질이 아니다”며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겁박하고, 언론은 망신주기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009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당시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 장관을 겨냥해 “나오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국회의원) 뱃지를 떼야한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여성단체들은 “여성은 집에 가서 애나 봐야하는 존재인가”라며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부정이자 여성의 일 자체를 부정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홍 의원은 2017년 방송을 통해 “(추 대표가) 애를 한 번 먹여서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애를 봐라’ 그 소리를 한 일이 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추 장관 본인도 자신이 여성 정치인이어서 더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추 장관의 대표 재임 시절, 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단, 허위조작정보 특별위원회 등을 만들어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추 장관은 “내가 여성 당 대표여서 조금 더 무시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 논란을 대하는 추 장관의 화법이나 태도는 ‘여성 정치인’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여성 중진 의원은 “추 장관이 특별히 여성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며 “요즘은 남녀 여부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남성 중심 정치구조 속에서 여성 정치인이 더 눈에 띄고, 더 비판을 받는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추 장관 가족과 관련된 논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추 장관의 거친 화법이 ‘장관의 언어’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여권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 다른 의원은 “원래 화법이 그렇다고 쳐도, 장관의 목소리는 정부의 목소리”라면서 “장관의 언어로는 적절하지 않다. 정치인의 화법과 국정의 실 책임자로서의 화법은 달라야 한다. 그 태도 때문에 본질이 왜곡 될 수도 있고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문제를 키우는 마이너스 화법이고, 마이너스 자세”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다른 중진 의원도 “추 장관을 좀 아는 사람들은 장관이 되면 화법이나 자세가 과연 바뀔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특유의 화법 때문에 당 내에서도 별로 친한 의원이 없다. 화법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의원들이 꽤 많았다”고 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일본의 소니가 자동차를 만들고, 파나소닉은 집을 짓습니다.

그동안 장인정신만 강조하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졌던 일본 기업들이 뒤늦게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쿄 김범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80년대 파격적인 소형 제품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소니.

[모리타 아키오 / 소니 창업주 (1980년)]
“이 휴대용 비디오카메라는 진짜 미래의 먹거리입니다.”

특히, ‘워크맨’은 우리 청소년에게 로망이었습니다.

가전 비중이 줄고 있는 소니는 63년 만에 회사 이름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향후 게임과 영화 등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게임 분야에서 영업이익이 68% 급증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전 분야 손실이 여전히 소니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젠 소니의 시가총액은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의 3분의 1수준까지 추락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낀 소니는 올해 초 세계 가전 박람회서 자동차 제품을 깜짝 선보이며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요시다 겐이치로 / 소니 사장]
“이 시제품엔 소니의 다양한 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지난해 말 반도체 사업을 대만기업에 매각해 충격을 줬던 일본의 또 다른 가전 대기업 파나소닉은, 지금은 이처럼 주택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주택사업과 자동차 부품 사업이 이제 파나소닉의 주력이 됐습니다.

샤프는 중국 대만 기업에 넘어갔고, 잇달아 사업을 매각한 도시바는 사실상 해체 수준을 밟고 있습니다.

[히가시리키 노부히로 / 재팬디스플레이 전 CEO (2017년)]
“이번 구조조정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라 생각하고 확실히 해나가겠습니다.”

일본 가전이 몰락한 이유는 뭘까?

완벽주의에 매몰된 일본 가전회사들이 소비자 요구와 시대 변화를 놓쳤다는 진단이 지배적입니다.

장인정신을 앞세워 ‘잘 만든 제품’에 집중하다 보니 ‘잘 팔릴 제품’을 놓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구마노 히데오 / 다이이치생명 수석 연구원]
“일본은 국내 내수시장이 큰 것으로 인해, 혁신이 늦어버린, ‘이노베이션의 딜레마’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우리기업들도 변화와 미래 투자에 뒤쳐진다면 일본 기업들처럼 금세 뒤쳐질 수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범석입니다.
bsism@donga.com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유하영

77범 중학생 구속영장 기각..”소년법 취지 되살려야”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저 촉법소년인데 (조사) 언제 끝나요? 법정 캠프에서 배웠는데요. 열네 살 안 되면 처벌 안 받는다고…”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친구를 폭행하고 감금한 중학생이 검찰 조사 중 검사를 향해 던진 대사다.

이처럼 법망을 잘 알고 수사기관을 비웃는 소년범들의 대담함이 드라마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청소년들은 어느 수준의 범행으로는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아예 대놓고 얘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6천여만원 절도 혐의 중학생들 구속영장 기각

1일 법무부 의정부준법지원센터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후 9시께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와 가방, 팔찌 등이 도난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단서를 추적한 결과 용의자는 인근에 거주하는 A(14·중3)군과 B(15·중3)양 등이었다.

이들은 앞서 하루 전날에도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현금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총 피해 금액만 6천만원 상당이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의정부시의 한 모텔에 숨어 있던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서로 연행돼 오기 전까지도 이들은 “어차피 우리는 크게 처벌 안 받을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이들의 범죄 전력은 A군이 77건, B양이 13건이나 됐다.

특히 이들은 이미 특수절도 전과로 1년 전 보호관찰 2년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현재 A군은 다른 사건으로도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3개월간의 외출 제한 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나이가 어리고 피해품을 돌려줬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결국 두 청소년은 경찰 조사 후 풀려났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TV 제공>>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TV 제공>>

◇ 학교와 부모의 울타리 벗어난 사례 대부분

A군과 B양은 모두 가출 청소년이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교화와 갱생을 책임져야 할 수사기관과 보호기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들이 검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나 자신들끼리의 정보 공유를 통해 소년범 처벌 수위에 대해 빠삭하다 보니 붙잡혀 와서도 수사기관을 비웃기 일쑤다.

이달초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에서 신용카드를 훔쳐 이틀간 160만원어치를 긁은 10대 남녀 2명도 가출청소년이었는데, 검거된 뒤에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가출청소년의 경우 부모나 학교에 알려질 것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소년범들은 경험으로 절도사건 정도로는 경찰에서 조사가 끝나면 귀가 시켜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경찰에 붙잡히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당장 필요한 돈을 훔쳐서라도 마련하고 쓰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부모에게 연락해도 부모조차 자녀를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며 “학교에 소속돼 있어도 이미 교육의 한계를 벗어난 학생들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소년법 취지 퇴색…교화 목적 되살려야”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우습게 여기는 ‘소년법’이란 뭘까.

소년법은 처벌보다는 교화를 목적으로, 청소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기회를 사전에 차단받지 않도록 하는 취지로 제정됐다.

소년법에서 규정하는 대상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10∼14세의 ‘촉법소년’과 14∼19세의 ‘범죄소년’ 등으로 나뉜다.

이 법의 취지에 따라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들도 살인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구속 처벌을 잘 받지 않는다. 절도나 폭행 등의 사건을 저질러 경찰에 입건되더라도 훈방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년법을 청소년 스스로가 악용함으로써 교화의 기회가 오히려 제한되다 보니 원래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소년과 성년 사이인 18∼19세의 주요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소 이후에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의 보도가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 내용으로 하는 소년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처벌 강화가 재범률을 낮추는 능사는 아니라는 청소년 전문가들의 지적이 아직은 우세하다.

의정부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을 보면 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모 등 보호자가 부재해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호기관에서라도 끈질기게 관심을 갖고 교화하면 효과가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suki@yna.co.kr

‘딸’이라 믿고나니 속수무책
“컴터 잘 모르고, 자식과 자주 연락하던 부모가 당하기 쉬운 듯”
“‘스미싱 범죄 문자 이렇더라’ 꼭 알렸으면..”

지난달 23일 기자의 엄마가 받은 스미싱 사기범의 문자. 첫 문자는 오전 11시38분 "폰이 고장나서 컴터로 문자를 한다"는 말로  시작됐다. 발신자의 번호는 일부러 가리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 캡쳐.
지난달 23일 기자의 엄마가 받은 스미싱 사기범의 문자. 첫 문자는 오전 11시38분 “폰이 고장나서 컴터로 문자를 한다”는 말로 시작됐다. 발신자의 번호는 일부러 가리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 캡쳐.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안내 문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나 모바일 쿠폰을 안내하는 문자, 자식이나 지인을 빙자해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

정부, 금융당국, 경찰청, 보안시스템업체 등이 최근 잇달아 주의보를 내린 스미싱(문자 결제 사기) 범죄 유형들이다. 이 같은 주의보가 내려진 게 이번 추석이 처음도 아니다. 피해를 본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기 힘든 연휴 등을 앞두고 특히 기승을 부리는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는 그동안 많이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경찰청의 스미싱 피해 당부 기사를 쓰면서 ‘아직도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 한 켠을 스쳤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링크가 있는 문자는 클릭하면 안 된다”는 메뉴얼은 이미 일종의 상식이 될 만큼 알려진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 같은 생각은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퇴근 후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정면으로 깨졌다.‘딸 의심 못 해서’ 걸려든 엄마
엄마의 전화는 저녁 10시가 다 돼 집으로 걸려왔다. 늦은 시간에 휴대전화가 아닌 집 전화라니 이상했다.

“엄마, 웬일로 이 시간에 집으로 했어?”
“너 전화가 안 된다며. 다른 게 아니라 아까 네가 하라고 한 것 때문에 이러는 것 같은데…”

“응? 내가 뭘 하라고 했다고?”
앞뒤 상황설명 없이 이어가는 엄마의 말은 당황스러웠다. 엄마는 마치 나랑 계속 얘기하고 있었던 사람 마냥 내 질문에 채 답하지도 않고 용건을 이어갔다.

“그 구글인가. 네가 설치하라고 한 거 있잖아. 근데 내가 지금 ○○한테 송금을 해줘야 하는데, 인터넷뱅킹을 하려니 자꾸 ‘원격’ 무슨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어서 안 된다고 그걸 지워야 한다고 메시지가 뜬다고. 네가 하라고 한 거 때문인 거 같은데, 그거 이제 지워도 되는 거야?”

구글, 뱅킹, 원격 프로그램….
세 단어에 덜컥 머리가 하얘졌다.

“엄마 잠깐만, 누가 뭘 설치하라고 했다고?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무슨 얘기에요? 오늘 우리 아침 일찍 뒤로는 통화 안 했잖아. ”
그제야 멈칫하는 엄마의 당황스러움이 전화기 너머에서 전해졌다.

“아니 네가 폰 고장 났다고 문자했잖….”냐는 엄마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 문자라니 무슨 문자? 뭘 깔았어? 아니 뭔가 이상하면 나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아니 폰이 고장나서 전화가 안 된다길래. 그래서 지금 집으로 한 거고….”
“그게 언젠데? 뭐뭐 알려줬어요? 아니다, 일단 빨리 전화 끊고 은행이랑 카드사랑 전화해서 신고하고 정지부터 해. 스미싱이야.”엄마 방심시킨 표현 세 개…“엄마 뭐해? 아 ㅎㅎ 액정이 깨졌어”

지난달 23일 기자의 엄마가 스미싱 사기범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 오전 11시38분 "폰이 고장나서 컴터로 문자를 한다"는 말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사기범은 자식인것처럼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휴대폰 화면 캡쳐.
지난달 23일 기자의 엄마가 스미싱 사기범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 오전 11시38분 “폰이 고장나서 컴터로 문자를 한다”는 말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사기범은 자식인것처럼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휴대폰 화면 캡쳐.

그렇다. 엄마는 스미싱 사기에 걸려들었다.

은행부터 경찰까지 거래정지와 신고를 모두 마친 뒤에서야 다시 통화된 엄마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일단은 결제가 된 내역이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데도 엄마는 넋이 나간 듯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엄마를 만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왜 그리 놀랬는지가 이해됐다.

엄마는 받은 문자 속 링크를 클릭해 원격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은 물론, 두 종류의 신용카드 앞뒷면 사진, 주민등록증 사진에 주거래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까지 모두 상대방에게 보냈다. 피해가 없었다는 건 ‘하나님이 도우셨다’고 밖엔 설명이 안 될 정도였다.

“네가 아닐 거라고 아예 생각도 못 했으니 의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 딸이 아닐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상대였기에 모든 정보를 내줬단 얘기다. 평소 엄마와의 대화나 공유하던 일들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 아녔다.

딸이 기자인 것도, 평소 냉철한 엄마의 성격도 ‘너무 딸 같았던’ 문자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 “엄마 뭐해?”라는 질문에 순순히 “오늘 우리 집에서 계하기로 해서 밥준비^^”라고 답한 엄마의 문자에서 얼마나 철석같이 상대를 나라고 믿고 있었는지가 보였다.

“니가 워낙 폰 액정을 자주 깨트리기도 했으니까…. 전혀 이상하단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

유사 사건들에서 그랬듯 ‘폰이 안돼서 문자밖에 안 된다’ ‘액정이 깨졌다’ 등의 문자가 결정적으로 엄마를 방심하게 한 요소였다. 하필 내가 여러 번 액정을 깨트렸던 것도 스미싱에 당할 빌미가 됐던 셈이다.

일단 딸의 문자로 받아들이니 그 뒤로는 속수무책이었다. 엄마는 “컴터로 등록해서 문자하고 있다”는 얘기에 발신 번호가 다른 데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했다. 하필 끝자리 번호가 내 번호와 비슷하기까지 했다.‘컴터용 문자’라는 말에…“내가 컴터는 잘 몰라서”

“그래도 번호가 다른데 이상하게 생각했어야지” 나도 모르게 타박이 튀어나왔다.
“아니…. 컴터용이라 문자만 가능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쓰는 번호가 있는 건가 했지. 내가 컴퓨터를 잘 모르니까…”

엄마는 또 민망해 했다. ‘잘 모르는 것’조차 자식들에게 면구스러운 부모님들의 마음이 악용되는구나 싶었다. 엄마는 ‘회사에서 근무 중인 애가 오죽 급하면 이렇게 문자로까지 연락할까’ 싶은 마음이 먼저였기에 ‘이상한 점’ 같은 건 사실 눈에 띄지도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전화가 고장났다’는 스미싱 범죄의 전형적인 수법도 그대로 먹혔다. 전화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차단된 것이다. 실제 엄마는 그날 스미싱 범인이 심은 원격 프로그램 때문에 전화 사용에 불편이 있었는데도 내가 퇴근해 집에 도착했을 법한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다 집으로 전화를 거셨다.너무 ‘순순히’ 다 해준 엄마…그들이 노리는 이유

엄마와 범인이 주고받은 문자들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엄마가 너무나 순순히 ‘그놈’ 요구대로 다 해줬다는 점이었다. 엄마로선 사기범을 ‘나’라고 생각했으니, 내 요구대로 다 해준 셈이다.

지난달 23일 기자의 엄마에게 각종 작업을 요구하던 스미싱 사기범의 문자는 오후 5시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사기범은 상대방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계속 붙드는 수법을 사용했다. 휴대폰 화면 캡쳐
지난달 23일 기자의 엄마에게 각종 작업을 요구하던 스미싱 사기범의 문자는 오후 5시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사기범은 상대방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계속 붙드는 수법을 사용했다. 휴대폰 화면 캡쳐

인증받는 데 필요하다는 애플리케이션도 링크를 클릭해 설치한 뒤 다시 그 아이디를 복사해서 보내줘야 했는데, 무언가 오류가 났던지 같은 작업을 두 번 더 반복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엄마는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면서도 끝까지 다 ‘수행’했다. 신분증과 신용카드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애플리케이션을 깐 뒤로 범인은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을 누차 당부했다. 엄마는 몇 번이나 “이제 된 거냐, 끝났냐”고 물으면서도 기다렸고, 오전 11시38분부터 시작된 스미싱 사기범과의 문자는 오후 6시에야 최종 끝났다.

어떻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계속 들어주고 있었냐는 질문에 엄마의 답은 왜 그들이 ‘자식’을 빙자하는지를 설명하는 답 같았다.

“니가 도와달라고 한 거니까 잘 해주고 싶었지. 짜증은 났는데 전화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잖아”

천만다행으로 금전적 피해는 피한 엄마는 같은 이유로, 너무나 부끄럽지만, 이 일을 기사화하길 원했다. “자식 가진 부모는 머리로 알아도 또 당할 수 있으니” 실제로 어떤 문자들이 오갔는지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스미싱을 조심하라’는 기사를 쓰고 있던 그 시간에 엄마는 스미싱 사기범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다. 내가 쓴 기사 링크, 아니 그 숱한 ‘스미싱 예방’ 기사 제목 한 줄이라도 보내드리거나 조심하시라는 전화 한통했으면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화가 고장 나도 다른 번호로 문자는 하지 않는다고, 어떤 이유로든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링크를 받으면 열어선 안 되고 필요하면 어떤 식이든 통화하도록 하고, 무엇보다 자식이라도 개인·금융정보를 섣불리 보내선 안 된다고 말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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